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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모를 옮겨 심으면서 국명자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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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모를 옮겨 심으면서


                                                                                                                국 명 자

 

장마 비로 촉촉해진 땅에 들깨 모를 옮겨심고 있다.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는데도 더 급하게 손봐주길 기다리며 줄 서 있는 다른 작물들에게 관심을 쏟느라 들깨 모종을 차일피일 미뤘더니 밀식된 모판에서 키만 웃자란 들깨모들이 손만 대면 줄기가 툭툭 부러져 나간다.

 

 

시금자와 참깨 모종을 끝냈고 메주콩은 일차 보토와 제초까지 마쳤다. 추석에 맞춰 먹을 늦 옥수수 모종도 끝냈고 키만 자라는 밤콩들의 순을 서둘러 끊어내어서 몸집 불리기로 방향도 바꾸어놓았다.

 

 

돔부콩과 울강정들이 아우성치듯 내밀고 있는 여린 순들을 위한 지줏대도 박아주었다. 이틀만 돌아보지 않아도 사잇 순과 괜한 잎사귀들을 슬그머니 내놓는 토마토와 가지 고추들도 일일이 손봐주고 비바람에 상하지 않게 줄기들을 끈으로 잡아 매주느라고 꾀나 땀을 쏟아내었다.

이제 마지막 들깨 모종만 끝나면 이른 봄 완두콩 심기부터 시작되었던 작물들의 파종과 모종들이 일단 모두 끝나게 된다.

 

괴롭히던 억센 잡초들도 칠월이면 무성해지는 작물들의 기세에 눌려서 한 풀 꺾일 것이어서 한 숨 돌릴 수가 있을 것이다. 이젠 가을을 기다리며 추수의 기쁨만 남겨둔 셈이다.

 

들깨 모 서너 개씩을 모아 잡고 호미로 긁어놓은 고랑에 길게 눕힌 뒤 잎사귀들만 땅 위로 나오게한 뒤 흙으로 덮어 눌러준다. 마치 탈랜트 최수종이 어떤 화면에선가 머리만 내놓고 땅에 묻혔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운 기가 덜 든 청양고추와 오이 따서 된장과 고추장에 찍어먹고 애호박 나물에 가지와 여린 호박잎 찌고 익은 토마토로 후식을 즐기는 여름 밥상이 풍성하다. 완두콩과 강낭콩 놓아 밥 해먹고 상추 쑥갓 치커리 쌈을 즐긴다.

 

평생 좁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만을 가르쳤던 도시 여자가 육 년 차 농부가 되어 산골 넓은 들녘을 무대 삼아 호미 들고 뭇 생명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계획에도 없었고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놀라운 일들이 내 앞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삶의 지경을 넓혀주겠으며네가 알지 못하는 놀랍고 큰 비밀한 일까지 보여주겠다'


들깨모종이 끝난 밭에서 들깻잎들의 향이 코를 찌른다. 공로도 없는 죄인에게 보내주신 놀라운 사랑과 은총이 감사해서 매일 감격해하고 또 감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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