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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의 그물
국명자 2013-01-13 추천 0 댓글 0 조회 892



베드로의 그물


                                                                                                                                      국 명 자




동역자를 찾으시던 예수의 눈에 첫 번째로 발견되었던 사람 베드로
!

 

남다른 총애와 뼈아픈 시련 속에서 완성되어갔던 그의 아름다운 생애를 묵상한다.

 

 

부활하신 예수가 베드로에게 나타나시는 대목 요한복음을 읽으면서 눈물을 거푸 쏟았었다.

 

 

어머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나는, 상실감에 빠져있던 베드로에게 다시 살아오시는 그분을 갈리리 새벽 바닷가에서 뵈오면서 차오르는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의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죽음을 건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구원의 절정이었다.

 

어둑한 해변에 부활해오셔서 서 계셨던 그분의 자애로운 모습이 내 가슴 안에도 선명하게 찍혀지고 있었다.

 

지상에 잠간 계셨던 그분에게 가장 사랑 받았으며, 천국사업의 혁혁한 공로자로 큰 이름을 영원의 공간에 새겨놓은 베드로를 취재하기 위해 원고지를 들고 나는 갈릴리로 달려갔다.

∝ ∝ ∝

 

베드로는 바다에 나와 있었다.

 

차가운 밤바다에 배를 띄운 그의 손에는 오랜만에 그물이 들려있었다. 그는 바다 속의 고기보다는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절망과 고통을 더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채 절규하시던 그분을 기억하는게 괴로웠다.

 

주춤주춤 따라갔던 빌라도의 집 뜨락에서 계집종에게 손까지 저어가며 그분을 알 리 없다고 부인하면서 도망쳐나온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분의 예언대로 닭이 울던 그 짧은 시간동안 세 번의배신을 결국 채우고야 말았었다.

 

하늘 향해 절규하시던 모습, 그분의 시신은 무덤에서도 없어졌는데 이건 또 어찌된 연유인 것일까.

베드로는 그분의 참패와 자신의 배신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그 고통으로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구경거리가 끝나버려서 흩어져가버린 많은 사람들처럼 아니면 한 몫 큰 자리 잡으려다 실망하여 돌아가버린 다른 제자들처럼 그도 그렇게 간단하게 훌훌 털고 끝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는 그렇게 돌아서지 못하고 있었다.

밤바다에 그물만 계속 던져보는데 매번 그냥 허탕이었다. 상처받은 자의 그물이어서인지 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예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베드로는 근동에서 알아주던 어부였다.

 

그가 던지는 어망엔 가득 잡혀든 고기들로 언제나 그물이 찢어질 듯 하였었다. 갈릴리 바다는 어렸을 때부터 그의 놀이터였고 어른이 된 뒤부터는 그의 조상들이 그랬듯이 바다의 고기들을 낚아올리는데 그 뛰어난 솜씨와 힘을 따를 자가 없었다.

그가 바다에 배를 띄우면 하늘에서는 즉각 바람을 보내주었고 바다 속에서는 고기들이 몰려들곤 했었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그의 억센 팔뚝 안에서는 조상 때부터 전수되어온 정확한 예감과 설레임이 굽이굽이 꿈틀거리며 휘돌아다녔다.

 

 

햇빛을 받아 수면 위에 눕는 산 그림자만 보고도 그는 물밑에서 유영하는 고기의 종류와 그 수량을 읽어내었다. 그는 허탕치는 일이 없었고 그에게서는 늘 풍어의 나팔 소리가 따라다녔다.

그러한 그가 어느날 예수에게 갑작스레 불리웠을 때, 즉각 어망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었는데 그 아름다운 부름과 순종의 모습은 잊히지 않을 명 장면으로 남아 인간들의 가솜 속을 끊임없이 감동시키고 있었다.

 

 

그를 부른 분은 신비로운 분이었다.

 

놀라운 세계를 그에게 열어 보여주시기 시작하였는데, 거대한 바다에서 베드로가 경험하고 터득했던 것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더 무한 높고 깊은 것들이었다. 하늘 위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영원을 가리키는 것이어서인지도 몰랐다.

 

마음이 가난해야만 복이 있고 낮아져야만 높아지고 내주어야만 가지게되고 보내야만 오게되며 죽어야만 살아지는 천국의 비밀이 그를 한동안 정신없게 만들었다. 참으로 오묘한 사상이었다. 그의 건장한 가슴은 계속 숨가쁘게 고동치고 있었다.

 

그분은 병들고 귀신들린 사람을 낫게하고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신 분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사랑을 설파하고 떡 몇 개로 배고픈 수천 명을 먹이시는 그분의 어깨너머로 베드로는 웅장하게 열리고 있는 또다른 세상을 조금씩 눈치채어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베드로야."

 

그분은 수시로 다정하게 그를 불러주시곤 했었다. 그분은 구름처럼 몰려들며 추종하는 사람들 속에서 베드로를 가장 사랑하시었다. 베드로는 그 분과 함께하는 삼년의 세월 속에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 베드로가 지금 겨울 바다 위에서 상실감과 허전함과 수치심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 천국잔치가 벌어져서 빼곡하게 가득 찼던 군중들의 함성이 그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를 수제자로 옆에 세우시고 무소불위 무한 능력을 보이시면서 천국사상을 설파하시던 그분을 생각하였다.

 

 

! 베드로에게는 이제 세상은 텅 비어진 황폐한 황무지일 뿐이었다. 그분은 그의 가슴 속에 가득가득 넣어주셨던 그 많은 것들까지도 도로 모두 꺼내어가지고 가버리신 모양이었다.

∝ ∝ ∝

빈 그물을 붙잡고 찬 밤바람을 맞으며 배 위에 하염없이 서 있는데 멀리서 새벽이 터오고 있었다.

"주님이시다! 예수님이시다!"

 

육지에서 숨가쁜 외침이 건너오고 있었다. 이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럴 리가!'

그분은 며칠전 무참하게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창에 찔리우시고 피를 흘리시다가 돌아가셨지 않은가. 그 충격의 아픔이 지금도 가슴에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그러나 그런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베드로는 마음이 급해서 배가 육지에 닿기도 전에 바다로 첨벙첨벙 뛰어내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주님이라니! 주님이 어떻게?

 

 

! 그러나 주님이시었다. 그리운 그 주님이시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기적이었으나 주님이시라면 역시 그렇게 하시고도 남을 필연적인 기적이었다.

베드로의 눈 앞에 주님이 서 계셨다.

 

그 기적이야말로 무한한 용서를 의미하고 있었고 뜨거운 사랑을 의미하였으며 확연한 구원의 응답을 말하고 있었다.

 

그분은 절망한 제자들이 지쳐있는 차가운 해변에 가장 따뜻한 모습으로 살아오시어서, 멀리 어렵게 높게 설파하셨던 천국사상을 가장 가깝게 따뜻하게 완성해놓고 계셨다.

불을 피워놓으시고 물고기를 구워놓으신 그분은 밤새도록 드리운 그들의 그물에 고기들이 없는 것까지도 보시고 계시었다.

 

"여기에 그물을 던지어라"

한 마리도 얼씬하지 않았던 고기들이 미어질 듯이 잡히고 있었다. 상처를 말짱히 치유해주시니 행복해진 그들의 그물에 고기가 모이고 있었다.

 

 

베드로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타들어갔던 가슴이 녹아내리고 따뜻한 평안이 물결처럼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죽음과 배신과 의심과 불안으로 아득하게 멀어졌던 그분과의 거리가 금세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확신과 용기가 하늘처럼 일어서고 있었다.

 

그분은 변함 없는 그 자애로운 목소리로 베드로를 부르시었다.

 

"시몬 베드로야, 너 나를 가장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늘 들어왔던 그 반갑기 짝이 없는 단순한 질문이야말로 바로 베드로에 대한 그분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베드로는 행복하였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더 잘 아시나이다"

 

그분은 사랑하는 수제자에게 천국의 임명장을 드디어 내리시고 있었다.

"내 양을 먹이라"

구원의 확신과 기쁨이 불소낙비처럼 베드로의 전신을 뜨겁게 에워싸고 있었다.

 

갈릴리 바다의 유능했던 어부 베드로는 드디어 사람을 낚는 천국의 첫번째 어부로 거듭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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